J. Brahms - String Sextet No. 1 in B-Flat Major, Op. 18


여섯 개의 현악기를 사용하는 ‘현악육중주’라는 장르는 역사적으로 매우 보기 드물다. 특히 브람스(1833-1897) 이전에는 보케리니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브람스는 당시 표준적인 실내악 장르에는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이러한 독특한 편성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브람스는 40세에 첫 현악사중주를 쓰기 전까지 약 20곡의 현악사중주곡을 썼지만 모두 폐기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교향곡과 같이, 위대한 선배 베토벤을 능가하는 작품이 아니라면 존재 가치가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희귀한 편성을 선택하여 베토벤과의 비교를 피하고자 했을 것이다.

당시 실내악곡들이 장대한 길이와 큰 음량, 복잡한 시나리오를 추구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즉, 브람스는 이러한 경향에 더욱 효과적으로 부응하기 위해 현악사중주나 피아노 삼중주 등 일반적인 편성보다 악기 수를 늘리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실제로, <현악육중주 1번>(1859-60) 이후, 피아노 사중주, 피아노 오중주 등 규모가 비교적 큰 실내악들을 연달아 내놓았다. <호른 삼중주>(1864-65)와 같이 관현악을 지향한 것도 그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브람스는 이러한 작품들에서 편성에 맞는 음악적 구도를 제시하여 그 장르의 개연성을 증명했다. 현악육중주곡의 경우는 두 대의 바이올린과 두 대의 비올라, 두 대의 첼로가 서로를 의지하기도 하고 대립하기도 하는 등, 현악사중주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묘미가 있다. 그래서 브람스의 <현악육중주 1번>은 이 독특한 장르의 매력을 알게 했고, 적지 않은 작곡가가 그 뒤를 이어 현악육중주를 작곡했다.

이 곡에서 짚어볼 또 하나의 특징은 이러한 독특한 시도에도 고전에 대한 지향점을 붙잡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1857~59년에 베토벤 등 고전음악과 그 이전 음악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작품에 반영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브람스의 전기 작가인 칼 가이링거(Karl Geiringer)는 <현악육중주 1번>에 대해 “이 곡에서 중요한 것은 빈 고전의 여러 작품에서 명쾌함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균형 감각을 익혔다는 사실이다.”라고 썼다.

1859년 11월, 브람스는 데트몰트에서 첫 육중주곡을 작곡하기 시작하여 클라라 슈만에게 1악장을 보냈고, 12월에는 친구에게 1, 2악장을 보냈으며, 이듬해 3월 말에는 요제프 요아힘의 손에 3악장이 들려져 있었다. 그리고 여름에 마지막 악장까지 완성했다. 초연은 1860년 10월 20일 하노버에서 요아힘의 연주회에서 이루어졌다. 브람스는 이듬해에 전곡을 네 손을 위한 피아노곡으로 편곡했으며, 클라라와 함께 5월 7일 함부르크에서 초연했다.

1악장 ‘빠르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는 소나타 형식이지만 여러 주제가 등장하기에, 주연급 조연들이 확약하는 복잡한 연극처럼 보이기도 하다. 소나타 형식을 구성하는 제1주제는 곡의 시작과 함께 연주되는 첼로에 의해 제시되며, 뱃노래 풍의 제2주제도 첼로가 연주한다. 본래 제1주제는 바이올린으로 시작했었는데, 요아힘의 조언으로 첼로로 시작하는 열 마디가 추가되었다.

2악장 ‘느리게 그러나 보통으로’는 변주곡 형식으로, 주제가 먼저 연주된 후 여섯 개의 변주가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가볍고 밝은 분위기지만 이 악장만큼은 지나칠 정도로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가 감돈다. 1859년 1월에 약혼자였던 아가테 폰 지볼트와의 관계가 틀어져 그 애달픈 마음을 담았을 수도 있고, 혹은 클라라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은 것일 수도 있다. 브람스는 1860년 9월 13일에 클라라의 생일 선물로 2악장을 ‘주제와 변주’라는 제목의 피아노곡으로 편곡하고 악보를 보내면서 조언과 충고를 구한 것은 그러한 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시작과 함께 왠지 익숙한 선율이 흘러나온다. 여러 오래된 영화에 사용되었던 그 선율은 유전자를 타고 우리의 마음에 새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이것이 우리가 브람스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3악장 ‘스케르초, 매우 빠르게’는 전형적인 3부 형식이다. 3박자의 춤곡풍의 선율을 스타카토로 명랑하고 경쾌하게 시작하고, 중간 부분은 여기에 한술 더 떠 광란의 댄스 파티로 발전한다. 이렇게 3박자의 스타카토 리듬과 긴장을 놓지 않는 중간 부분은 특히 베토벤을 연상시킨다. 다시 첫 부분으로 돌아온 후 중간 부분의 선율이 마지막을 짧게 장식한다.

4악장 ‘론도, 조금 약간 빠르게 그리고 우아하게’에 등장하는 주제들은 일반적인 피날레와 같이 감정적으로 폭발하기보다는 안정적이고 고전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다. 1악장에 언급한 연극의 비유를 이어서 말하자면, 갈등이 많았던 인물들이 번갈아 등장하며 갈등을 해소하고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한다.

글 | 음악평론가 송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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