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A. Mozart - Horn Quintet in E-Flat Major, K.407


작곡가들은 실력이 출중하면서도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연주자를 위해 작곡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연주자가 가진 음악적 역량을 충분히 끌어냄으로써 작곡가의 음악적 이상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호른이 모차르트(1756-1791)의 작품 목록에서 당당히 독주 악기로서의 위상을 얻었던 것 또한 호른 연주자 요제프 로이트겝(Joseph Leutgeb)과의 친분에서 비롯되었다.

로이트겝은 모차르트의 아버지인 레오폴트 모차르트가 속해있던 잘츠부르크 대주교 악단의 멤버였으며, 모차르트 가족이 1773년에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동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가 1777년에 빈으로 이주할 때 레오폴트로부터 돈을 빌려 도움을 받았고, (로이트겝이 레오폴트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작은 치즈 가게를 운영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런 적이 없다고 한다.) 모차르트는 1781년에 빈에 정착했을 때 유일한 지인이었던 로이트겝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이듬해에 그를 위해 <호른 오중주>(1782)를 작곡하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무려 네 곡의 호른 협주곡을 작곡한 것으로 보면, 로이트겝과의 친분은 모차르트의 빈 생활에 큰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사실, 당대 호른은 음정을 조절하는 밸브가 없었기 때문에, 연주하기가 무척 어렵고 낼 수 있는 음정의 수가 제한되어 독주 악기로 사용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런데 모차르트는 호른이 편하게 소리를 낼 수 있는 음역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음정을 낼 수 있는 로이트겝의 뛰어난 연주기술을 활용하여 다양한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천재적인 수완을 발휘함으로써 독주 악기로서의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호른 오중주>에서도 호른이 가장 돋보임은 물론이다. 호른과 바이올린이 주선율을 담당하고 있지만, 바이올린의 음량이 호른에 비해 작을 뿐 아니라 심지어 호른이 쉴 때만 주선율을 연주하여 호른의 메아리와 같은 인상을 준다. 그래서 전체적인 중량감은 두 대의 비올라와 첼로의 중저성부에 집중되며, 호른의 음색과 조화를 이루면서 받쳐준다.

1악장 ‘빠르게’는 호른의 팡파르와 현악기의 하강하는 음형으로 이루어진 짧은 서주로 시작한다. 곧 호른의 주제가 제시되고 발전하며, 재현부에서 서주가 다시 연주된다. 전체적으로 팡파르와 서정적인 선율이 교대로 등장하며 진행한다.

2악장 ‘느리게’는 현악기로 시작하며, 곧 호른의 우아한 선율이 뒤따라 등장한다. 로이트겝은 핸드스토핑(오른손으로 호른의 벨을 막고 음색과 음정을 조절하는 연주법)으로 느린 선율을 아름답게 연주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는데, 이 악장은 이러한 그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3악장 ‘론도, 빠르게’는 변덕이 심한 호른의 다양한 표정을 볼 수 있다. 모차르트의 음악적 유머가 발휘된 유쾌한 악장이다.

글 | 음악평론가 송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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