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A. Mozart Mass No. 18 in C Minor, K. 427, “Great”


모차르트는 자신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치열하게 투쟁한 사람입니다. 천재, 신동 같은 이미지와 달리 그의 음악 인생은 마냥 순탄하지 않았거든요. 당시는 음반, 상업 콘서트, 유튜브 같은 게 일절 없던 시대입니다. 저작권을 챙기며 악보를 파는 것 역시도 베토벤 이후의 일. 음악가로 인정받고 살아남으려면 왕족, 귀족, 성직자의 눈에 들어서 그들의 후원을 받아야 했죠.

당연히 자신의 음악 세계를 마음껏 펼치기 어려웠습니다. 그들이 바라는 장르와 스타일을 우선시해야 하고 상당한 아부도 곁들여야 했죠. 음악 재능과 더불어 반골 성질머리까지 타고난 모차르트는 이를 견디지 못했습니다. 스물다섯 살이 되자 전업 음악가, 즉 프리랜서의 삶을 살겠다며 고향을 떠나 비엔나로 갑니다. 사사건건 통제하고 간섭하던 잘츠부르크의 콜로레도 대주교에게서 탈출한 셈이죠.

오늘 연주하는 C단조 미사 K.427은 그 변화를 상징하는 곡 중 하나입니다. 미사곡, 즉 종교 음악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실제론 지극히 개인적인 목적과 취향에 따라 작곡했기 때문입니다. 모차르트는 총 스무 곡의 미사곡을 남겼는데 그중 비엔나로 옮긴 이후 작곡한 건 단 두 곡뿐입니다. 미사곡뿐 아니라 종교음악 자체를 거의 작곡하지 않았습니다. 뚝 끊다시피 했죠. 감옥 같았던 이전을 떠올리기 싫었던 걸까요?

하지만 이 C단조 미사는 예외입니다. 순전히 자기 의지로 자유롭게 썼죠. 바로 사랑하는 아내 콘스탄체와 함께하기 위해서. 청혼할 때 쓰려고 했는지 결혼식에 쓰려고 했는지는 불명확하지만 아내를 위해 작곡한 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소프라노 가수였던 아내를 위해 해당 파트를 좀 더 돋보이게 연출하기도 했죠. 그래서일까요? 자발적 의지로 마음껏 작곡한 C단조 미사에선 압도적인 절대자보다는 행복을 갈구하는 인간의 목소리가 두드러집니다. 모차르트가 과거를 딛고 미래를 꿈꾼 흔적. 그의 입장에선 무엇보다 진솔한 ‘우리를 위한 기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미사곡은 기본적으로 아래 구성을 취합니다.

키리에(Kyrie) - 하느님의 자비를 구함

글로리아(Gloria) - 하느님의 영광을 찬미함

크레도(Credo) - 유일함을 기리며 신앙 고백

상투스와 베네딕투스(Sanctus et Benedictus) - 거룩함을 찬양함

아뉴스 데이(Agnus Dei) - 하느님의 어린 양. 죄가 사해짐.

여기서 일부를 더하거나 빼는 식으로 작곡가마다 그리고 작품마다 개성을 꾀합니다. C단조 미사는 기본 구도를 따르되 아뉴스 데이가 누락되었는데요, 이 부분은 끝내 작곡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파트도 일부 미완성으로 남았죠. 사유에 대해선 다양한 설이 있습니다. 작곡 도중 결혼하게 되며 필요 없어졌다, 이 곡으로 아버지와 누나의 환심을 사려고 했으나 그들이 콘스탄체를 환영해주며 필요 없어졌다, 바흐와 헨델의 선율을 차용하는 등 바로크 음악 요소를 적극 활용했는데 쓰다가 버거워졌다 등등. 모두 흥미로운 설이지만 진위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모차르트 생전에 연주했냐고요? 그의 과거 곡에서 여기저기 따와 빈 곳을 채운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엔 이런 일이 흔했어요. 초연 시 소프라노 독창은 원래 의도대로 아내 콘스탄체가 맡았답니다.

글 | 홍형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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