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A. Mozart Horn Concerto No. 4 in E-Flat Major, K. 495


이 곡 역시 모차르트가 자발적으로 작곡한 곡입니다. 생전 네 곡의 호른 협주곡을 썼는데 모두 요제프 로이트게프라는 연주자에게 헌정됐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당시의 음악가는 대부분 하인 같은 신분으로 처우도 그저 그랬습니다. 당연히 돈을 주고 곡을 살 형편은 아니었겠죠. 돈을 받지 않고 음악가 대 음악가로서, 그리고 우정의 산물로 헌정한 것입니다.

로이트게프는 잘츠부르크 궁정악단의 연주자인 동시에 모차르트 가족의 절친한 벗이었습니다. 모차르트에겐 삼촌 같은 존재였죠. 그렇다 보니 그에게 헌정한 곡의 악보엔 장난과 애정이 가득한 문구도 있습니다. “이랴, 당나귀 군!”, “당나귀, 소, 바보인 로이트게프를 동정하며” 등등. 얼마나 친한 사이였는지 알 수 있죠. 아마도 당나귀가 로이트게프의 별명이었나 봅니다.

호른은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로 통합니다. 오케스트라 공연 때도 ‘삑사리만 안 나면 다행’이란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오가죠. 그런데 이조차 개량된 거랍니다. 모차르트 시절의 호른은 지금 같은 밸브가 달려 있지 않아서 순전히 호흡만으로 음정을 맞춰야 했죠. 말 그대로 극악의 난도. 만약 고악기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만날 기회가 있다면 호른을 유심히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실수 연발은 관대하게 받아들이셔야 하고요.

4번의 작곡 연도는 1786년. 모차르트가 갓 서른에 접어든 때로 인기와 역량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입니다. 천재 모차르트가 전성기에 삼촌 같은 존재이자 뛰어난 음악가를 위해 특별히 작곡한 곡. 기대가 팍 생기지 않나요? 당시 로이트게프가 작곡을 독촉하러 오자 이미 완성된 악보를 방바닥에 막 뿌린 다음 ‘순서대로 주워 보슈!’라며 짓궂게 장난도 쳤다는군요.

곡의 구성은 그 시절의 여느 협주곡과 같습니다. 생기 있고 활기찬 1악장, 느리고 달콤한 2악장, 빠르고 격정적인 3악장. 특히 3악장이 활력 있고 리드미컬해서 ‘사냥 피날레’라는 별명을 갖고 있죠.

이 곡엔 팔다리가 아닌 폐와 호흡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정서가 가득합니다. 인간의 따스한 숨결이 오케스트라 반주와 어우러지며 자아내는 감동에 젖어 보세요. 협연자가 라덱 바보락이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베를린 필 수석 출신인 그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섬세하고도 따뜻한 음색으로 명망 높습니다.

글 | 홍형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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