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Paganini - Guitar Quartet No. 3 in A Major, Op. 4, No. 3, MS 30

니콜로 파가니니는 낭만주의 시대에 전설적 연주자로 이름을 떨쳤다. 1782년 이탈리아의 제노바에서 태어난 그는 12살에 첫 연주회를 가졌고 이후 연주 여행을 다니며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파가니니의 신들린 연주는 사람들에게 감탄과 함께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소문까지 떠돌 정도였다. 그의 연주를 듣고 당대 최고 문호 괴테는 “파가니니는 놀라울 정도로 마력에 지배를 받고 있다.”라고 평했고, 또 다른 위대한 바이올린 연주자 앙리 비외탕은 “사람들은 이내 전기에 감전된 듯했고, 놀라운 기예에 꼼짝없이 굴복당했다.”라고 전했다.

파가니니는 자신의 연주를 최대한 돋보이게 하는 수많은 작품을 직접 작곡했다. 그 자신이 무대를 사로잡은 명연주자였던 만큼 그의 작품은 극도로 까다로운 기교로 악명 높다. 연주법을 비밀에 부쳐 유파를 형성하지는 못했지만, 기존의 바이올린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그의 명인적 연주의 놀라운 표현성은 이후 위대한 연주자들과 작곡가들에게 막강한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덜 알려진 이야기가 있다. 무대 전면에 내세운 악기는 바이올린이었지만, 무대 아래에서 그는 기타를 품에 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낭만주의 시대는 전문 연주자들이 본격적으로 활약한 시대일 뿐만 아니라 귀족층과 함께 새롭게 부상한 중산층이 가족이나 소규모 모임을 중심으로 음악을 즐기던 시대이기도 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플루트와 더불어 기타는 당시 가장 인기 있는 악기 중 하나였다. 파가니니는 평생 수많은 기타 독주곡을 비롯해서 기타가 포함된 실내악곡을 작곡해 애호가들의 수요를 채우고 감상과 연주의 수준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파가니니는 1813년부터 1820년 사이에 이탈리아 전역을 연주 여행하며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의 현악 3중주에 기타가 더해진 기타 4중주 작품을 15개 남겼다. 이러한 악기 조합은 상당히 색다른 것으로 주목받았다. 기타는 현악기와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활로 켜지 않고 손으로 쓸고 퉁기며 한결 느긋한 정서를 전해준다. 과시와 감탄을 위한 작품이라기보다는 소박한 즐거움을 위한 작품들이다. 기타가 포함된 실내악이라고 해서 유달리 기타가 부각되지는 않는다. 바이올린이 주도하며 나머지 세 악기는 반주 역할을 담당한다. 기타는 주로 부드럽고 풍부한 화성적 울림을 만들면서 때로는 감미롭고 흥겨운 선율을 연주하고, 때로는 산뜻하고 섬세한 터치로 작품에 감각적 색채를 더한다.

1815년에 완성된 <기타 4중주 3번>은 4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악장은 ‘포푸리’로 이 용어는 꽃잎과 향료를 섞은 단지에서 유래했으며, ‘혼성곡’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활기찬 첫 악장은 대조적인 두 개의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스페인풍으로’라고 표기된 2악장 ‘미뉴에트’는 흥을 돋우는 반주 위에서 선율이 유연하게 흐른다. 3악장 ‘로망스’는 모든 악기가 현을 손가락으로 튕기는 피치카토로 시작하며, 부드럽고 달콤한 선율이 이어진다. 4악장 ‘론도’는 한껏 약동하는 선율로 흥겹게 춤춘다. 응접실의 장식 그릇에 담긴 다양한 꽃잎들이 기분 좋은 향을 선사하는 것처럼, 이 기타 4중주의 4개의 악장은 함께 모여 시종 즐거운 분위기를 만든다.

글 | 음악평론가 서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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