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joon Ryu: Concerto per Quartetto per archi e orchestra


오늘날의 음악 환경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활하다. 과거에는 지금 연주되는 곡만을 들을 수 있었다면, 지금은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세계의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인류의 그 어떤 시대보다도 우리 앞에 드넓은 음악 세계가 펼쳐져 있다. 그런데 이 음악들은 역사적인 영향 관계나 지역적 맥락과 관계없이 모든 것이 동시적으로 공존한다. 그래서 10대 청소년들이 1980~90년대 가요에 익숙한 것이나, ‘레트로’라는 것이 하나의 트랜드가 되어 과거의 스타일로 음악을 만드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마찬가지로, 오늘의 음악가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그것이 구체적이든 추상적이든,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음악언어를 임의로 선택할 수 있으며, 또한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작곡가 류재준(*1970)이 선택한 음악언어는 조성 이전에 선법과 바로크 시대의 대위법이다. 그의 선율과 화음 작법이나 음악을 진행하는 음악적 생리가 이들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그의 음악을 ‘신바로크주의’라고 부르기도 하고, 스승인 펜데레츠키보다도 보수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용어들은 작곡가나 감상자에게는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 과거의 음악을 복원하고자 하는 의지나 과거의 음악에 대한 시각의 재현을 위해 선택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류재준에게 음악은 하나의 사회이자 자연이며, 이에 따라 모든 구성원은 동등하면서도 유기적인 역할을 부여받는다. 그래서 그들은 권력의 억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이상사회를 추구하며 조성의 올가미에 얽매이지 않고, 또한 그들은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하기에 자연스럽게 대위적으로 진행한다. 올해 서울국제음악제에서 세계 초연되는 류재준의 신작 <현악사중주 협주곡>(2022) 또한 이러한 그의 음악언어로 펼쳐진다. 바로크 시대의 합주협주곡(concerto grosso)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류재준의 스승이자 세계적인 작곡가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의 서거를 기리기 위해 아담 미츠키에비츠 협회의 위촉으로 작곡되었다. 세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쉼 없이 이어서 진행한다. 장대하고 강렬한 1악장 ‘약간 빠르고 신비롭게’는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고, 침울하고 명상적인 2악장 ‘느리고 고통스럽게’는 스승의 죽음을 애도하며, 절정으로 치닫는 3악장 ‘대푸가, 빠르고 쾌활하게’는 여전히 자신의 마음속에 생동하는 스승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듯하다. 각 악장에 대한 작곡가의 설명을 부연한다.

“1악장은 다채로운 선법이 연주되는 현악기 군을 배경으로 오보에가 주선율을 시작한다. 목관악기가 주제를 받으며 다양한 변주를 연주한 후 현악사중주가 동적으로 움직이며 뒤를 잇는다. 끊임없이 이어가며 선법에 따라 움직이는 첫 주제는 작품 전반에 고루 분포되고, 강렬한 종지를 가진다. 빠른 리듬으로 움직이는 제2 주제가 이번에는 현악사중주로 시작되며 현악사중주는 전통적인 현악사중주의 역할을 벗어나 각 악기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다. 행진곡풍의 연결구를 지나 발전부에 접어들며 첫 주제는 더욱 장대하고 유장하게 곡을 이끈다. 힘 있고 인상적인 1악장 종지부를 거치면 정적이며 침울한 2악장이 시작된다.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화성군을 배경으로 현악사중주와 오케스트라는 콘체르탄테 형식의 발전 양식을 보이며 명상적이며 조용한 선율이 분리되어 연주된다. 짧은 연결구를 거쳐 3악장 ‘대푸가’가 시작되며 엄격하게 적용된 다양한 푸가와 캐논 기법이 이 작품의 절정으로 이끈다.”

글 | 음악평론가 송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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