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ude Debussy: Nocturnes


19세기 말 서양 미술에서 일어난 ‘인상주의’는 신고전주의의 이상과 낭만주의의 허상에서 벗어나, 대상에 비취는 순간적인 빛을 포착하여 그 주관적인 인상을 보여주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인상주의 작품들은 선과 색이 불분명하지만,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신비로운 분위기를 그려냈다. 마찬가지로 인상주의 작곡가들은 어떠한 대상으로부터 받은 인상을 청각으로 번안하는 데에 관심을 가졌으며, 과거에 들어보지 못했던 환상적인 음향을 들려주었다.

이것이 클로드 드뷔시(1862-1918)가 자신이 원치 않음에도 인상주의 작곡가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그는 빛, 물, 바람, 안개, 파도 등 형태가 뚜렷하지 않은 대상을 표현의 대상으로 삼았으며, 이를 위해 그가 사용한 다양하고 독특한, 그리고 일반적이지 않은 작곡 기법으로 몽환적인 음향을 만들었다. 인상주의가 20세기 초 프랑스 음악의 특징으로 규정될 정도로, 이러한 드뷔시의 음악은 20세기 프랑스 음악의 방향을 결정짓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늘 연주되는 <녹턴>(1897-99)은 바로 전에 작곡된 관현악곡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1891-94)이나 작곡 시기가 겹치는 오페라 <펠레아스와 멜리장드>(1893–1902)와 같이, 드뷔시의 인상주의적인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녹턴>이 그리는 대상은 구름, 축제, 사이렌으로, 눈으로 보이는 실체뿐만 아니라 상상의 이미지도 포함된다. 본래 이 곡은 피아노곡 <세 개의 황혼 장면>(1892-93)에 벨기에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외젠 이자이(Eugène Ysaÿe)가 관심을 보이자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개작하려고 했다. (지금은 원곡인 <세 개의 황혼 장면>과 이자이를 위한 바이올린 협주곡 버전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의 성공으로 새로운 구상을 하게 되었고, 미국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한 인상주의 화가 제임스 아봇 휘슬러(James Abbott Whistler)의 ‘녹턴’ 시리즈에 영감을 받아 같은 이름을 붙였다. 어두운 바탕에 흩뿌려지는 불꽃이나 은은한 빛줄기 등이 그려진 휘슬러의 ‘녹턴’ 시리즈는 밤의 음침한 정취 속에서 역동적인 생명력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느끼게 한다.

1악장 ‘구름’은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시적인 악장으로, 하늘에서 구름이 떠가는 모습에 대한 인상을 표현했다. 드뷔시는 프로그램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변하지 않는 하늘에 느리게 그리고 근엄하게 움직이면서 흰빛이 감도는 회색빛을 띠며 사라지는 구름을 그린다.”

2악장 ‘축제’는 파리에 있는 ‘봐 드 불로뉴’ 공원에서 열리는 휴일 축제를 재현한다. “빛이 번쩍번쩍 비추는 분위기에서 흥겹게 움직이는 댄스 리듬을 들려준다. 여러 장면이 등장하면서 하나가 되는 (현란하고 환상적인) 축제 행렬의 에피소드도 있다. 하지만 배경은 변하지 않은 채, 장대한 리듬을 타는 빛나는 먼지들이 음악과 함께 뒤섞인다.”

3악장 ‘사이렌’은 1악장의 조용한 분위기로 돌아온다. 바다에 대한 이미지를 장엄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다양한 모습으로 그리며, 5년 뒤에 완성되는 교향시 <바다>를 예견한다. 이 악장은 여성 합창이 등장하여 항해하는 선원들을 유혹하는 사이렌의 인상을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바다와 끝없이 펼쳐지는 리듬을 그리며, 달빛에 반짝이는 은빛 물결 사이로 사이렌이 웃고 지나가며 부르는 신비한 노래가 들린다.” 삶과 죽음 사이에 존재하는 사이렌, 허밍으로 감미롭게 연주하는 합창을 들으면 옛 전설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세 악장 중 ‘구름’과 ‘축제’는 1900년 12월 9일 카미유 셰비야르가 지휘하는 라무뢰 오케스트라에 의해 초연되었으며, 세 악장을 모두 포함한 완전한 형태의 초연은 이듬해 10월 27일에 같은 연주자에 의해 이루어졌다. 초연 당시 평론가와 관객들은 다소 냉담한 반응을 보였지만, 오늘날에는 드뷔시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가 되었다.

글 | 음악평론가 송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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