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Franck - Piano Quintet in F Minor, M. 7


“세자르 프랑크는 음악에 일편단심이다. 그의 음악은 취하든 내치든 둘 중 하나다.” — 클로드 드뷔시

음악평론가로도 활동한 드뷔시는 1903년 4월 13일자 『질 블라스』에 선배 음악가 프랑크에 대해 이렇게 썼다. 벨기에 태생의 프랑크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충직한 오르가니스트로도 활동하며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평생 올곧고 엄정한 태도로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프랑크는 당대에 인기 있는 작곡가는 아니었지만 후배 음악가들에게 많은 존경을 받았으며 프랑스 음악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기존 세대를 향해 대담하게 비판했던 드뷔시조차 프랑크에 대해서 겸허히 “가장 위대한 음악가 중 한 사람”이라고 인정했다.

프랑크는 근대 프랑스 실내악의 창시자로 평가된다. <피아노 5중주 F단조>는 프랑크가 57세인 1879년에 완성한 원숙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첫 음부터 비장한 기운이 가득하며 열렬한 감정이 끊임없이 휘몰아친다. 한 음 한 음 꾹꾹 눌러 쓴 듯 밀도 높은 음들이 간절한 바람을 표현하는 듯하다. 분출하려는 열망과 억제하려는 의지가 팽팽히 맞서며 숨 막히게 긴장되는 가운데 숨길 수 없는 갈망이 속절없이 드러난다. 앞서 언급한 드뷔시의 말처럼 프랑크는 음악에 관해 일절 타협이 없는 작곡가였다. 음표 하나 허투루 쓰는 법이 없는 그가 온 마음을 쏟아낸 이 작품이 초연됐을 때 뜻밖의 상황이 발생했다. 프랑크는 작품을 생상스에게 헌정했는데 피아니스트로 무대에 오른 생상스는 연주를 마친 후 악보를 피아노 위에 그대로 둔 채 불편한 태도로 퇴장했다. 또한 프랑크의 아내는 이 작품을 듣고 격분했다. 작품에 담긴 불타는 열망이 자신을 향한 것은 아님을 의심했다고 한다. 부대낄 만큼 강렬한 이 작품은 이례적으로 셈여림의 변화가 많은데, 가장 여린 피아니시시모(ppp)부터 가장 센 포르티시시모(fff)까지 포함하며 감정적으로 들끓는다.

작품은 시작부터 격정적이다. 도입부의 선율은 겹부점 리듬을 타고 짓누르듯 내려오는데 불과 6마디 사이에 ff부터 p로 음량이 급변한다. 전체 3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악장의 주제적 요소가 이후 악장들에서 다시 나타나는 순환형식이 쓰였다. 작품의 붕괴될 듯 위태로운 감정선은 전 악장에 결속력을 강화하는 이 틀 안에서 기어이 하나로 묶인다. 1악장은 F단조이며 소나타 형식으로 2개의 주제가 제시된다. 빠르게 바뀌며 제시되는 제1주제는 날카롭고 추동력 있는 부점 리듬이 쓰였다. A♭장조와 A♭단조가 혼용된 미묘하고 섬세한 제2주제는 조용히 설레는 피아노 반주에 실려 은근한 열정을 전한다. 이 제2주제는 2악장 중간 부분에 변형된 모습으로 나타나 호소력을 더한다. 2악장은 3부분 형식이며, A단조로 처연하게 읊조리는 첫 부분 후에 신비로운 전조 과정을 거쳐 D♭장조로 아스라이 울리는 중간부가 제시되고 다시 첫 부분이 반복된다. 3악장은 D단조로 시작하며 소나타 형식이다. 반음계 진행과 몰아치는 리듬으로 격동적으로 내달린다. 응축된 정념이 요동친 후 끝부분에서 1악장의 제2주제가 매우 여리게 또다시 나타난다. 이렇게 이 작품은 하나의 주제가 전 악장에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끈질긴 그리움과 갈망을 나타낸다.

글 | 음악평론가 서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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