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chönberg - Pierrot Lunaire, Op. 21


밤하늘을 밝히는 달은 신비롭다. 달은 어둠 속에서도 빛 속에 잠기도록 한다. 그런 달에게 사람들은 매혹됐다. 달의 주기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으며, 1년에 세 네 차례 달이 지구에 가까이 오는 날을 기억하고, 가을 밤 달빛이 가장 좋은 날을 명절로 기념한다. 달밤에 빛과 어둠이 공존하듯, ‘달에 홀린 피에로’는 한껏 고양된 정신과 한없는 우울의 총체 같은 존재다.

20세기의 가장 혁신적 작곡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쇤베르크는 독일 후기 낭만 전통에서 출발해 무조 음악을 거쳐 12음 기법을 창안했다. 조성 음악은 G장조, b단조 등과 같이 특정한 조성적 중심이 있는데 반해, 무조 음악은 전체를 지배하는 조성적 중심이 없는 음악이다. 한편 12음 기법은 한 옥타브의 12개의 모든 음이 동등한 중요성을 갖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 세 영역은 전혀 다른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쇤베르크는 이 변화를 독일 클래식 음악 전통의 필연적 흐름으로 믿었다. 즉 음악사의 발전 과정에서 한 시기의 끝에 이른 후 다음 단계로 진행하는 것으로 보았으며, 이것을 음악적으로 실현하는 것에 쇤베르크는 특별한 사명감을 가졌다. <달에 홀린 피에로>는 쇤베르크가 무조 음악을 쓰는 시기에 창작한 대표적 걸작이다.

1912년 1월에 베를린에서 성악가 알베르티네 체메는 쇤베르크에게 벨기에 시인 알베르 지로의 연작시를 기반으로 한 작품을 의뢰했다. 당시 약간의 정체기를 겪고 있던 쇤베르크는 이 시에 큰 흥미를 느끼고 창작에 몰입했다. 작품은 같은 해 9월에 완성됐으며, 연주자들의 헌신적 연구와 25회 가량의 리허설 끝에 10월 16일에 공식 초연됐다. 이후 엇갈린 반응 속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킨 이 작품은 이제 시대를 초월해 영향력을 끼치는 작품으로 남게 됐다.

21곡으로 이루어진 이 곡은 성악과 기악 앙상블을 위한 작품으로, 쇤베르크는 8개의 악기를 5명의 연주자가 연주하도록 했다(피아노, 플루트와 피콜로, 클라리넷과 베이스 클라리넷,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악기 편성은 전곡을 다르게 해 밤의 다채로운 색감의 차이를 만들어냈다. 또한 다양한 형식을 사용하고 박자와 리듬 역시 자유롭고 변화가 잦아 고정된 틀을 계속해서 벗어난다. 특히 이 작품은 특이한 성악 주법을 사용해 표현의 가능성을 극대화했다. 성악가는 말도 아니고 노래도 아닌 ‘말하는 듯한 노래 소리’(Sprechstimme)로 연주하는데, 이 창법에서 리듬은 정확히 지키지만 음높이는 정확한 음높이가 아닌 상대적 음높이로 부른다. 이렇게 낭송과 노래가 혼합된 형태를 사용해 경계를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심리 상태를 보다 극적으로 드러냈다.

작품에 사용된 시는 원래 불어로 쓴 50편의 시인데, 쇤베르크는 독일어 번역본에서 21편의 시를 선별해 각 7편으로 이루어진 총3부작의 작품으로 만들었다. 1부(1-7번)는 쏟아지는 달빛을 눈으로 마시는 포도주처럼 들이켜 한껏 도취된 상태로 시작한다. 아름다운 환상으로 황홀경에 빠지지만 분위기는 곧 강박적이며 고통스럽게 가라앉는다. 2부(8-14번)에서는 죽음에 대한 어두운 망상에 사로잡혀 파멸을 향해 내달리다 참수의 환각으로 절정에 이른다. 광기의 소용돌이가 지난 후에 3부(15-21번)에서는 고향을 그리워하다 본향으로 돌아가 아련한 추억과 새로운 꿈에 빠져들며 마친다.

글 | 음악평론가 서주원


<aside> 👈 이전 곡 해설로 가기 :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세레나데 12번, K. 388

</aside>

<aside> 🚪 이전으로 가기 : 아놀드 쇤베르크 - 달에 홀린 피에로, Op. 21

</aside>

<aside> 🏠 홈으로 가기 : SIMF 실내악 시리즈 3 : 파가니니·모차르트·쇤베르크

</aside>

🙏 2022 서울국제음악제 전체일정 바로가기

사이트 맵